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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Unterm Rad)

hellowhales 2024. 3. 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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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입니다.  헤르만 헤세 특유의 암울하고 자조적이고 허무적임이 여실히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시골의 수재인 한스 기벤라트의 성장이야기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책의 내용은 4부분 정도로 나누면 될거 같은데요.  수도원에 들어가기 전, 수도원에 생활1(하일너를 친구로 인정하기 전), 수도원 생활2(하일너를 친구로 인정한 후), 수도원에서 나온 뒤 정도로 나눠서 각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부에서는 한스가 시골 학교에서 상급 학교인 수도원에 진학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인 아버지, 교장 선생님, 목사가 한스를 수도원에 보내기 위해 다그치고 격려하는 모습과 구둣방 아저씨인 플라이크가 너무 몰아세워진 한스를 풀어줄려고 하는 상반되는 모습이 나옵니다. 결국 한스는 시험을 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엄청난 압박감에 무너지는 모습이 나오지만 결국 합격하고 자신의 유년 시절이 녹아있는 마을을 추억하다 수도원에 갑니다. 

 

 1부에서는 전형적으로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한스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에서 한번 정도는 겪어볼 시험과 도전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도 머 입시라던지 취업, 군대 등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그 때의 압박감은 책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나중에 가서 보면 사실 별거 아닐지라도 말이죠. 

 

 2부에서는 한스의 수도원 초기 모습이 나옵니다. 한스는 부끄럼이 많고 숫기가 없는 친구라 당연히 수도원에서 조용히 공부하는 착실한 학생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2부 한스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수도원의 다양한 학생들을 관찰하는 내용과 수도원에서들의 이슈들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주로 한스와 같은 방을 쓰는 루치우스, 하일너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하일너와 친해지게 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디든 처음 들어가게 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머 이런 사람도 있지?'하는게 나오는 부분입니다. 저도 대학, 군대를 처음 들어갔을 때 그랬던거 같습니다. 당연히 한 집단 내의 사람만 만나다가 여러 지역, 분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면 신기하고 그러는거죠. 그 과정에서 누구와 인연을 쌓아가는지가 또 나의 인생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보고요. 이 과정에서 한스는 하일너와 친해지게 되는데 이것이 한스의 인생을 바꾸게 됩니다. 

 

 3부에서는 하일너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일너는 머리는 좋지만 수도원 생활은 엉망인 친구로 나만 정상이고 다른 사람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친구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인간관계도 엉망이고 학교에서 평판도 나쁩니다. 한스는 자신과 정반대인 하일너에게 끌리게 되어 친구가 됩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선을 긋지만 모종의 이유로 하일너와 싸우고 다시 관계를 회복하게 되는 과정에서 완전히 친구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일너와 다니면서 한스는 학교 공부에 소홀해지고 하일너의 생각을 점차 받아들여 이러한 공부를 왜 해야되는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어느 정도 학교 생활을 착실히 해나갑니다. 그리고 결국 하일너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며 하일너와 헤어지게 됩니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한스의 가치관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모범적인 생활만 하던 한스가 하일너를 통해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배우고 거기에 발을 담그면서 이도저도 아닌 학생이 되기 시작합니다. 하일너와 놀면서 성적도 떨어지고 학교 평판도 나빠지고 그렇다고 아에 그만두자니 여태까지 해온거와 고향에서의 기대가 있습니다. 자신이 계속 해오던 것을 끝까지 해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대단하신 분들) 저도 그렇지만 어느 순간 내가 해오던게 맞나 싶을때가 있고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책의 한스에게도 그런 순간이 온 것 같습니다.

 

 4부는 하일너가 퇴학 당하고 한스가 정신병에 걸리며 시작됩니다. 한스는 학교에서 불량한 학생으로 낙인 찍히고 심신 미약으로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결국 학교를 잠정 휴학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자살까지 생각하지만 고향에서 쉬며 옛 추억을 떠올리자 회복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면서 엠마라는 여자를 잠깐 만나지만 엠마가 자신을 잠깐의 여흥이라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후 직업을 갖기 위해 아우구스트를 따라 기계 견습공이 되어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주말 아우구스트와 다른 기계공을 따라가 여러 술집을 돌며 놀다가 집에 돌아오던 길 강에 빠져 죽게됩니다. 

 

 수도원에서 나와 그 동안 못했던 일반적인 일들을 해보는 한스의 모습입니다. 연애, 술집, 일 등 청년이라면 당연한 것들을 처음 해보지만 당연히 서투르고 잘 되지 않습니다. 엠마를 만나지만 놀아나고 그럴듯하게 술을 마셔보지만 잘 안되고 맘에 들지도 않습니다. 결국 만취 상태가 되어 집에 오다 강에 빠져 죽지만 그 전의 한스의 상념을 보면 한스는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것 같습니다.  

 

 

 책에서 한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지만 어느 이야기에서는 주도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관찰자적인 입장입니다. 아버지의 목표에 의해 수도원에 가게되고 하일너를 따라 방탕해지며 고향에 돌아와서도 엠마에게 놀아나고 결국 마지막엔 오바해서 술마시다 죽는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저도 요즘들어 보면 살아오면서 정말로 내가 삶의 주체가 되서 살고있는지 의문입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지?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이제 취업할 시기라서 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한스만큼 죽어라 공부해서 아무것도 못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제 대학 졸업할 시기를 앞두고 생각해보니 연애나 이런것도 제대로 못해보고 여러가지로 많이 못 즐긴거 같아서 후회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책 제목이 '수레바퀴 아래서'인데 책 내용에서 언급되는 부분은 수도원에서 교장 선생이 한스에게 공부를 계속 열심히 하라고 다독이며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라는 부분입니다. 이 말로 보아 한스는 결국 수레바퀴에 깔리게 되었네요. 우리 모두 어쩌면 한스와 같이 수레바퀴 아래서 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야지 뒤를 보며 멈칫한 순간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뒤돌아보니 뒤에 놓고 온것들이 아쉬워져서 자꾸 다시 보게 되고 주우러 가고 싶고 그러다 어느 순간 수레바퀴에 깔리면 그 자리에 멈추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멈춘 자리가 맘에 들면 다행이겠죠. 한스처럼 멈춘 자리가 절망적이지 않다면 된걸거에요. 

 

 이러한 자조적 소설이 정신 건강에는 좋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내 인생같아 보는 맛이 있습니다. 머 개인적으로 인생이 소설이라면 희극은 못 될지라도 아무 재미없이 묻히는 것보단 비극이 낫다는 마인드도 있고요. 아무튼 보는 내내 막 재미있진 않았지만 마지막에 가서 혹시라도 한스가 다 포기하고 행복해져버리는 것이 아닌 이런 비극으로 끝나서 결말 자체에서는 만족스러웠던 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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